[경제] 헤드헌터가 뜬다 - 제2 자원전쟁 "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라 ! "
<이 글은 주간조선(weekly.chosun.com) 1967호(07년8월13일)에 게재된 글입니다>
김종완 카푸스파트너스 대표
jwkim@capus.co.kr
고급 인재 충원 실적으로 경영진 평가… 세계 헤드헌팅업, 작년보다 25.8% 성장
글로벌 경쟁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기업은 시장에 재빨리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조직을 새로운 길로 이끌 수 있는
창의적 인재의 필요성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세계는 지금 두 가지 자원 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나는 천연자원 확보라는 아주 오래된 전쟁이다. 다른 하나는 인적 자원 확보라는 다소 생소한 전쟁이다. 세계 500대 기업의 CEO 중 90%는 가장 시급한 경영과제로 ‘인재 확보’를 꼽았다.
지식·서비스 경제로 이행이 가속화되면서 전통제조업에서는 단순히 생산요소나 비용으로만 치부되던 인적 자원이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자원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물적 자원보다 더 치열한 확보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세계헤드헌팅업협회(Association of Executive Search Consultants)에 따르면, 세계 헤드헌팅시장은 지난해 17.2% 성장했고 올 1분기에는 작년 동기 대비 25.8% 성장하는 등 2004년 이후 성장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헤드헌팅업은 기업의 의뢰를 받아 CEO나 임원 등 고급인재를 찾아주는 서비스다. 이 업종의 호황은 그만큼 고급인재에 대한 확보전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국가나 산업 분야에서 헤드헌팅이 활발히 일어난다는 것은 그 국가나 산업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 활발하다는 방증이다.
세계 헤드헌팅시장을 지역별로 보면 아직까지 미국(43%)이나 유럽(34%)의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아시아시장의 비중이 1년 만에 14%에서 15%로 높아지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산업분야별 헤드헌팅시장을 보면 금융업부문이 25%로 비중이 가장 크고 중공업(22%), 소비재(17%), 하이테크(15%), 의료·생명과학(12%) 분야가 그 뒤를 이었다. IT(정보기술) 등 하이테크산업이 1990년대 후반의 인재 확보전쟁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금융업계에서 일반 제조업계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두산그룹은 작년 말 국내 대기업 최초로 외국인을 본사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하는 등 외부 인재를 계열사 CEO로 잇달아 ‘헤드헌팅’했다. 이는 해외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세계 1위의 소형 건설중장비업체인 미국 잉거솔랜드의 건설중장비 사업부문을 49억달러에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최치훈 전 GE에너지 아시아태평양총괄사장을 사장급 임원으로 영입했다. 삼성이 외부 인재를 사장급으로 채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자업체뿐 아니라 국내 증권사도 “외국인이라도 좋다”며 투자은행업무나 프라이빗뱅킹 관련 전문가를 외부에서 찾고 있다.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한국시장에 정통한 운용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재에 대한 수요는 주로 ‘글로벌 인재’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시장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했거나 한국시장을 잘 이해하면서 영어와 국제 비즈니스 관행에도 밝은 인재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국의 반도체업체들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출신의 인재를 찾는 경우도 있다. 국내 기업이 세계시장을 선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인재(Talent)’에 대한 정의도 달라지고 있다. 인재의 가치가 학력이나 경력보다는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해법을 창출하는 능력’에 더 좌우되고 있다.
왜 인재 확보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가?
첫째, 난세는 영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안정기에는 국가·회사 등 기존 조직이 반복되는 문제에 대한 지식과 해법을 보유하고 있다. 사람은 업무 매뉴얼이나 작업지침서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수행하기만 하면 된다. 상사·매뉴얼·기계에 맞춰 헌신적으로 일하면 종신고용이 보장되고 나름대로 만족스런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격변기이다.
글로벌 경쟁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기업은 새로운 사업과 시장에 재빨리 대응하고 필요없는 군살을 빼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게 됐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조직을 새로운 길로 이끌 수 있는 창의적 인재의 필요성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둘째, 통신·교통망이 발달하면서 글로벌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인재의 활용 가치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싼 임금과 자원을 활용하고 해외 시장의 변화에 재빨리 대응하는 기업이 유리하다. 우물 안 개구리형 인재보다 다국적 경영이 가능한 인재의 가치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도 유형의 자산보다 인적 자원에 의해 창출되는 무형의 자산(브랜드·특허·노하우 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인재 확보 경쟁은 기업의 인사 및 채용업무의 중요성을 높여주고 있다. 인사업무가 인사부서를 넘어서 CEO를 포함한 경영진의 주요 업무 목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핵심 인재 충원실적이 경영진 업무평가 비중의 30%를 넘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전체 임직원에게 인재 채용을 위한 추천을 장려하고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내추천제를 도입하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외부의 숙련된 헤드헌터를 사내(in-house) 리크루터로 채용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헤드헌팅업체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헤드헌팅업체를 통해 인재시장의 동향을 점검하고 적합한 인재의 추천을 의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비숙련 인력에 대한 기업체의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실력이 검증된 인재에 대한 기업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비숙련 신입사원을 대규모로 채용해 장기간 교육시키기보다 해당 포지션의 직무 수행 요건에 부합하는 경험과 실력을 갖춘 인재를 수시로 채용하는 제도가 확산되고 있다.
고급 인재가 희소한 자원이 되면서 인재시장은 기본적으로 ‘후보자 시장(Candidate Market)’이 됐다. 헤드헌팅업체의 고객사들이 원하는 인재는 다른 회사에서 지금도 ‘잘 나가고 있고’ 앞으로 ‘더 잘 나갈’ 인재다. 이런 인재들은 여러 회사로부터 동시에 스카우트 제안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헤드헌팅업체로서는 이런 사람들을 찾아가 추천을 의뢰한 고객사가 얼마나 ‘괜찮은 회사’인가를 홍보하고 설득하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한 업무가 되고 있다.
인재 확보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전쟁을 수행하는 국내 헤드헌팅시장도 격변기를 맞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헤드헌팅업체는 500개가 넘고 헤드헌터의 수도 3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계 업체로는 하이드릭앤스트러글스·콘페리 등이 1990년대에 들어왔고, 유니코써어치·KK컨설팅·서울써치 등이 국내 1세대 업체이지만 현재는 백가쟁명의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헤드헌팅업계는 15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업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양적 성장은 했지만,질적으로는 협회를 구성하거나 공식통계를 내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성숙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헤드헌팅업체들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경쟁력 확보에 더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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